"당신은 저의 주님, 저의 행복 당신밖에 없습니다."
(시편 16,2)

코로나 팬데믹에서 우리의 일상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지난 3년간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며 우리는 참으로 힘든 일을 많이 체험하였습니다. 그동안의 충격이 너무나 컸기에, 일상생활뿐 아니라 신앙생활에서도 예전 같은 활기를 찾기에는 큰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5월, 우리 교구 사목연구소에서는 신자들의 인식을 조사하였고,2022년 봄에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경청모임을 통해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거기서 나온 의견 중 인상적인 내용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신앙생활을 통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미사를 활기 있게 드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본당에서 보이지 않는 벽이 사라지길 바랍니다. 끼리끼리만 어울리는 분위기가 없어지면 좋겠습니다.”

“기도를 잘 할 수 있도록 누군가 인도해 주기를 바랍니다.”

“행복한 봉사를 하고 싶습니다.”

“사제나 수도자와 대화를 편안하게 나누는, 소통이 잘 되는 교회이기를 희망합니다.”

이런 의견들을 종합하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우리 교회가 해야 할 중요한 과제는 신앙과 공동체를 회복하는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며 우리 교구 내 공동체, 특히 각 본당이 활기를 띨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다 같이 함께하는 여정을 힘차게 시작합시다.


1. 행복한 신앙 체험을 위해 노력하는 해

돌이켜 보면 지난 시간, 특히 최근 3년간 우리는 그리 행복한 신앙생활을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신앙이 주는 기쁨이 우리 마음을 가득 채우는 삶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도 행복한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예수님을 만나는 체험을 하여야 합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주님을 바라고 만난 이들이 얼마나 행복하고 힘차게 살아가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젊은이들도 피곤하여 지치고 청년들도 비틀거리기 마련이지만, 주님께 바라는 이들은 새 힘을 얻고 독수리처럼 날개 치며 올라간다. 그들은 뛰어도 지칠 줄 모르고 걸어도 피곤한 줄 모른다”(이사 40,30-31).

이 성경 말씀은 주님을 만난 이들이 얻게 되는 행복과 기쁨 그리고 힘을 말해줍니다. 우리는 각자의 삶에서 예수님을 만나는 체험을 해야 합니다.

저는 사제생활 중에 주님을 만나는 기쁨과 그로 인한 힘을 성체조배에서 얻었습니다. 이 같은 체험을 함께 나누고자 최근 여러 본당에서 신자들과 성체조배를 하며 많은 교우가 성체조배를 사랑하게 되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서울대교구 명동성당에는 ‘주교좌 기도 사제’가 임명되어 그 직무를 시작하였습니다. 비록 형식은 다르더라도, 우리 교구 많은 본당에서도 이것이 실현되기를 희망합니다. 본당 신부님들이 ‘기도 사제’가 되어 신자들이 기도함으로써 행복을 얻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주님을 만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이는 기도를 통해, 어떤 이는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주님을 만납니다. 또 다른 이는 가난한 이들에게 사랑을 실천하면서 주님을 만나기도 합니다.

각자에게 익숙한 신앙생활의 방식을 더 심화하고, 또한 그동안 부족했던 것을 용기 내어 시도해본다면, 활기차고 행복한 신앙생활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2. 시노달리타스의 지속과 활성화를 위하여

2023년 10월에 있을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를 준비하면서 우리 교구와 각 본당 그리고 사도 직 단체는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를 모으고 그것을 경청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경청모임을 하며 우리는 자신의 삶과 신앙을 돌이켜보고, 교회의 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수 있었습니다.

경청모임을 통해 많은 신자가 ‘함께 걸어가는 교회’라는 점에 고무되었고, 희망을 보았습니다. 동시에 우리가 가졌던 부족함에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교회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은 신자 중 많은이가 본당의 벽이 높다거나 끼리끼리만 어울리는 분위기를 지적했습니다. 또한 사제나 수도자들과의 면담이나 본당 사목위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고더 좋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시노달리타스가 반드시 지속되어야 합니다.

함께 참여하는 전례나 행사를 비롯하여 본당의 중요한 문제에 대하여 서로 대화하며 의견을 교환하고 공유하는 자리가 필요합니다. 최근 본당 신부님들은 봉사자를 구하는 일이 어렵다고 합니다. 사목회장이 없는 본당도 여럿이고, 구역장 반장을 구하는 일은 더욱 힘들어졌다고 합니다. 여러 교우분께서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에 참여해주시기를 요청합니다. 모든 신자가 자발성을 갖고 적극적인 그리스도인이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만일 본당 공동체 일에 지금보다 많은 이가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면, 우리 공동체는 머지않아 아름답게 회복되리라 생각합니다.


3. 시대가 요구하는 사목을 향하여
  • 1) 지금 요청되는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사목은 기후 위기와 생태환경 보호에 관한 것입니다. 지난해 여름, 우리는 기후변화로 혹독한 일들을 겪었습니다. 강력한 태풍이 몰려왔고, 그 앞에 우리는 숨죽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엄청난 집중호우로 인한 처참한 피해도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숨쉬기조차 힘들게 한 무더위도 경험했는데, 이 모든 것은 지구 온난화의 결과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통합 생태론”을 말씀하시며 “모든 것이 서로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138항)을 강조하셨습니다. 기후 위기는 우리 모두의 위기입니다. 기후 위기를 외치는 것은 환경운동가만의 몫이 아니라 우리가 관심을 두고 절실한 마음으로 외치고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할 몫입니다. 우리 교회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생태환경 보존과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고, 교회가 벌이는 캠페인에 열심히 참여해주시기를 바랍니다.
  • 2) 오늘날 많은 신자는 교회가 나아갈 방향으로서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웃들에게 다가가는 일을바라고 있습니다. 이는 분명 교회의 사명입니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해온 일을 계속 이어가면서 앞으로도 많은 힘을 쏟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일은 하느님 백성 모든 이가 함께해야 할 과제입니다. 형제자매님들도 주변의 어려운 이들, 특별히 이주민과 난민,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에게 먼저 다가가는 그리스도인이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 3) 점점 고령화되어 가는 사회에서, 우리 교회는 노인에게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최근 들어 길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사회의 진행 속도보다 한층 빨리 고령화되고 있는 우리 교회는 더더욱 노인이 기쁘고 행복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인 사목에 힘쓰고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또한 어느 시대보다 힘든 상황에 내몰린 청년들이 교회를 찾아와 휴식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공동체, 특히 본당 공동체가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메마른 삶 가운데 있는 청년들에게 샘터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난 주님 부활 대축일을 기점으로 방역지침이 완화되면서 본당 공동체가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60-70% 정도의 신자가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다시 한번 어려운 시기에 본당공동체를 위해 수고해 주신 사제와 수도자 그리고 본당 교우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한 해, 우리 모두 신앙과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서 한 걸음 내디뎌야 하겠습니다. 우리를 새로운 길로 이끄시는 주님께 의탁하면서 시편의 말씀을 다시금 떠올려봅니다. “당신은 저의 주님, 저의 행복 당신밖에 없습니다”(시편 16,2).

여러분 모두와 가정에 주님의 축복을 빕니다.